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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그리고 루 살로메

철학을 하는 목표가 오로지 나 자신 하나를 알기 위한 것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죽음의 순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 니체

《소설 재미있게 읽는 법》을 읽는데 저자가 55페이지에서 이 글을 인용한다. 저 말만 봤을 때 니체는 참 솔직하다. 한 세기의 위대한 철학자로 살았지만 니체의 삶은 참 고달팠던 것으로 안다. 철학을 해서 자기 자신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철학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잘 모를 수 있다. 그것 말고 달리 방법을 알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종교를 가져도 자기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신을 알기 위해서 종교를 갖지만, 일부는 자기 자신을 알고자 종교를 갖기도 한다. 물론 깨달음 공부를 하면 신도 알고 자기 자신도 알게 된다. 그러나 깨달음은 종교가 아니다. 

니체의 철학은 뒤로 하고, 나는 그와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와의 관계가 문득 생각난다. 니체는 천재적이며 탁월했던 러시아의 미녀 루를 무척 사랑했다. 하지만 루는 니체를 이성으로 사랑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내가 20대에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라는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너무 오래된 일이어서 세세한 부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그 책은 아직도 갖고 있다. 지금 다시 꺼내어 책을 펼치니 세로줄인데다가 글씨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니체는 대학교수 시절에 루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해서 실의에 빠졌다. 그 상처받은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썼다고 한다. 재미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루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아래 릴케가 루를 위해서 쓴 시 한 편을 소개한다. 

내 눈빛을 지우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십시오.
나는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팔이 꺾여도 나는 당신을
내 심장으로 붙잡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멈춘다면
나의 뇌수가 맥박칠 겁니다.
나의 뇌수를 불태운다면
나는 당신을 피속에 싣고 갈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 당시 남자들은 루의 지성에 엄청나게 탄복한 것 같다. 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의 뛰어난 지성을 가진 여자라고 알고 있다. 전혜린도 루를 좋아했을 것 같다. 두 여자는 닮은 점이 참 많다. 나도 전혜린과 함께 루를 참 좋아한다. 전에 도서 검색을 해봤는데 루 살로메와 관련된 책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나중에 모두 구입해서 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