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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과 죽음은 경험되지 않는다

사람은 죽음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 죽음을 극복할 만큼의 각오가 있다면 그 순간 만큼은 죽음을 이겨내겠지만, 평상시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에서 평안하지 못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죽음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도 깨달음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은가.

깨달음 공부를 하다보니 여러 앞서간 사람들의 말을 듣게 된다. '탄생과 죽음은 경험되지 않는다'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태어난 순간의 기억이 없다. 나는 다른 아기의 탄생은 지켜볼 수 있지만, 내가 태어날 때의 경험은 전혀 없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이 그러할 것이다. 죽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어릴 때부터 타인의 죽음을 자주 목격했다. 비록 내 죽음은 아직 이르지 않았지만 과연 내가 내 죽음을 경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경험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서 봤는데 죽는 순간 자신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죽는 사람 같지가 않아서였다. 물론 죽기 직전까지 경험하는 사람은 많다. 대부분 죽기 전에 혼수 상태에 빠져서 자신이 죽는 것조차 모르지만, 일부는 죽는 순간까지 정신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죽는 찰나에 경험을 하느냐 하는 것은 다르다. 죽는 찰나부터 죽음 이후까지 의식이 있어야 죽음이 경험된다. 하지만 죽는 찰나 의식은 떠나가기 때문에 죽음 자체는 경험되지 않는다.

탄생을 경험하려면 태어나기 전부터 같은 사람의 의식이 먼저 있어야 한다. 죽음을 경험하려면 죽은 이후에도 같은 사람의 의식이 그대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의식은 모태에서 사람이 잉태될 때 서서히 생겨나서 죽는 순간 떠나가고 만다. 탄생과 죽음 사이에서만 의식이 있기 때문에 탄생의 찰나와 죽음의 찰나가 경험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잉태될 때부터 의식이 서서히 나타나서 나중에 이미 태어난 자신을 보게 되고, 죽기 직전에 의식이 사라지면서 완전히 죽음에 이르기 전에 이미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없어져버린다. 결국 죽음 직전까지의 경험은 있어도 죽음의 찰나부터는 모든 경험이 소멸해 버린다. 그렇다면 굳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인간은 그토록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아마도 개체적 자아가 소멸해버린다는 두려움, 내세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 사람을 두렵게 할 것 같다. 그런데 그것들 모두 생각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자신이 개체적 존재라는 생각이 없고 내세에 대한 생각이 없다면 두려움도 많이 가라앉을 것이다. 사실 죽음 자체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사람을 더 두렵게 만든다. 그것도 모두 생각에 의해서이다. 생각할 틈도 없이 죽는 사람은 그나마 행복하다. 잠 자다가 죽는 사람도 행복하다.

위의 관점은 죽음을 대하는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관점이다. 깨달음 관점에서 보면 탄생과 죽음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은 내가 누구냐 하는데 초점이 있다. 보통 사람은 몸과 정신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깨달은 사람에게서 자신은 영원한 존재이다. 영원한 존재가 태어나고 죽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태어나기 전에 영원한 존재로 있다가 탄생 순간에 의식이 생기면서 상대적 세상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한 평생을 살다가 죽으면서 의식은 본래의 곳으로 돌아가고 존재는 보편적은 상태 그대로 존재하게 된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인간이라 불리는 몸과 정신이지, 참된 자기 자신이 아니란 걸 체득한 사람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 태어나서 살다가 죽기까지는 한 순간의 여행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살며서 겪는 모든 것들은 영원한 존재가 한 사람을 통해서 겪는 하나의 여행 정도로 여긴다.

나는 정신이 멀쩡하든지 잠을 자든지 간에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맞이했으면 좋겠다. 아직 죽음이 힘들다. 깨달음 공부가 제대로 되면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와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