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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적인 하나님

인격의 위험 - 신이 인격으로 여겨질수록 사람들은 신에게 충실하지 못했다. 인간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애인보다도 자신의 상상의 산물에 훨씬 많은 애착을 느낀다. 그러므로 인간은 국가, 교회 그리고 신을 위해서 몸을 바친다. 단, 신이 '그들의' 산물과 '그들의 상상'에 머물러서, 결코 지나치게 인격적인 취급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일이다. 신이 지나치게 인격적인 취급을 받을 경우에 인간은 거의 언제나 신을 원망한다. 그러므로 저 가장 경건한 자조차도 뜻하지 않게 그 혹독한 말을 해 버렸던 것이다.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80, 프리드리히 니체

하나님은 인격적인 신(神)인가? 이 말은 인격이 하나님의 속성 가운데 하나인가를 묻는 것이다. 속성은 하나님의 본질을 구성하는 반드시 필요한 구성 요소를 말한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을 인격적이라고 말한다. 그것의 유례는 초기 기독교에서부터 기인한다.

니체는 하나님의 인격성을 비판하기 위해서 이 글을 썼을 것이다. '신은 죽었다'라고 그가 말하기 때문이다. 그가 죽었다고 말하는 신은 기독교에서 일반적으로 주장하는 것으로써의 신, 서구 유럽에서 전통으로 전해지는 보편적 가치로써의 신을 말한다. 그런 신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나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옛날에 나는 아무런 비판없이 그냥 믿었지만 깨달음 공부를 하다보니 이전의 기독교적 하나님 지식은 많은 부분에서 틀렸다는 걸 알았다. 지금 나는 하나님이 인격적이라는 말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인격성이 나타날 수는 있으나, 그 인격이 하나님 자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인간과 교제하는 하나님을 생각하다보니 하나님께 인격성을 부여했다고 보이는데, 그것은 인간이 투사한 하나님이지 하나님 자체는 아닌 것이다.

인격적인 하나님, 인간과 관계맺고 교제하는 하나님을 생각하면 하나님이 나와 분리된 어떤 거대한 존재로 여겨진다. 나와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하나님은 교제라는 표현을 할 수 없게 된다. 내가 나와 교제할 필요가 있는가? '나와 너'가 되어야 교제가 성립된다. 하나님도 교제를 하려면 나 아닌 너로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나 밖의 하나님이 가능한가? 그런 하나님은 절대적 존재가 아닐 뿐더러 하나님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냥 내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하나님일 뿐이다.

인격적인 하나님을 말할 때 삼위일체 교리를 많이 활용한다. 성부, 성자, 성령이 계시는데 세 분이 인격적으로 서로 교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하나님을 닮아서 그와 교제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것이 성경을 풀이하는 기독교 학자들의 일반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삼위일체 교리는 참 요상하다. 성부, 성자, 성령가 각각 세 분의 위격으로 계시지만 그 본질에 있어서는 하나이다, 라는 것이 기독교의 교리이다. 이 교리를 믿지 않는 자는 이단으로 치부한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 교리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실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교리는 그냥 인간의 상상 속에서만 성립되는 이론에 불과하다. 이 교리를 내가 받아들이든지 안 받아들이든지 내 신앙과 구원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기독교인 중에서 이 교리를 모르고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자. 그가 구원받는데 문제가 있는가? 이 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기독교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잘못 이해하거나 모르고 있다면 당신은 구원을 못 받는가? 이런 교리는 우리의 구원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초대 교회 때 예수님 논쟁 때문에 서로 싸움질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교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도 이치에도 맞지 않는 이상한 논리로 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깨달음 공부를 하다보니 자연적으로 알게 된 진실이기 때문이다. 삼위일체 이론은 결코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논리이다.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도 그것을 알고 있다. 삼위일체 교리는 상상 속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에 그겋게 주장한다고. 아니, 어떤 경우에도 경험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진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진리는 우리 삶과 결코 떨어질 수 없다. 인간이 어떤 상상을 하면 그것이 다 진리가 되는가? 아니면 내가 원하는 어떤 것의 상상만 진리로 수용되는가?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신적 체험이 하나님인지, 예수님인지, 성령인지 아무도 모른다. 환상으로 나타나는 성격에 따라서 하나님, 예수님, 성령이라고 말을 바꾸어가며 만났다고 표현한다. 어떤 소리가 들리면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하고, 그림에서 보았던 예수님을 닮은 형상이 보이면 예수님을 만났다고 하고, 감정이 치솟고 열기가 오르면 성령 충만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런 것들은 모두 자신이 만들어낸 하나님이지 진짜 하나님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니체의 말은 맞는 것이다. 우리가 상상으로 만든 신은 죽은 것이다.

깨달음 공부를 하면 예수님이 신(神)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다. 예수님은 젊은 나이에 깨달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그것을 자명하게 증명한다. 깨달으면 세상 속에 살지만 세상 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깨달음이 진리로 인도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하신 것이다. 깨닫지 못하면 진리도 알지 못하고 자유도 얻지 못한다. 예수님은 깨달았기 때문에 진리도 알고 자유도 아신 것이다. 또한 자기 안의 절대적 존재가 참된 자기 자신이며 유일하신 하나님 자체라는 것도 안다. 모두 깨달음 공부를 하면 안다. 우리 안에는 단 한 분의 절대적 존재만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하나님 따로, 성령 따로, 예수님 따로 경험할 수 없다.

내가 하나님을 찾으면 하나님이 응답하고, 예수님을 찾으면 예수님이 응답하고, 성령을 찾으면 성령이 응답하던가? 어떤 표식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세 분 중에서 누구의 표식인가? 아니면 내가 한 분의 표식일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그 표식이 하나님의 표식은 맞는가? 맞다면 누가 장담하는가? 이 모든 것이 자기 자신 또는 타인의 확신이 아닌가? 확신은 진실한 것이 아니다. 명확한 자기 생각을 확신이라고 하지 않는가?

깨달음 공부를 하면 이 모든 의문이 다 풀린다. 그래서 나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많은 부분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 진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나님을 향해서 인격적인 관계로 대할수는 있다. 나무는 나무로써 하나님을 대한다. 바위는 바위로써 하나님을 대한다. 인간도 인간으로서 하나님을 대한다. 하나님이 인격적이기 때문에서가 아니라, 인간이 인격적이기 때문에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하신 말씀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는 사실 이해가 되면서도 조금은 아리송하다.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이 줄곧 신이라고 말하다가 저런 표현을 보면 인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생전에 예수님은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분이셨다. 물로 포도주를 만들고, 갈릴리 호수 위를 걸으셨고, 오병이어 기적을 일으켰으며, 광채가 나는 몸을 만들기도 했고, 하나님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으며,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도 말했으며, 어떤 경우에도 당당하고 흔들리지 않는 분이셨다. 그런데 죽음 직전에 하나님을 원망하는 말을 하고 있다. 과연 예수님이 저런 말을 했을까 싶다. 성경 저자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추가한 장면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보통 예수님 정도로 깨달으면 생과사를 초월한다. 내가 들은 얘기로는, 어떤 이의 스승은 자신이 죽을 병에 걸리자 일체 음식을 끊고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 정도로 죽음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예수님에 비하면 정말 평범한 삶 그 자체였다. 일반적인 깨달은 사람도 이 정도인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그런 말을 할 정도였다는게 사실 조금 의아하다. 그래서 정말 저 말이 예수님의 말일까 의심을 하는 것이다. 만약 예수님의 초인적인 행적이 과정되었다면 충분히 저 말이 납득이 된다. 아직 깨달음이 깊지 못한 상태에서 죽음 앞에 있었으니 인간적인 연약함이 그대로 표현되는 것이다. 보통 깨닫고 나서 수 십 년이 지나야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깨달은 후 몇 년 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니 십자가의 고통을 몸과 마음으로 그대로 느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