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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세계는 있는가?

죽어서 가는 천국은 필요가 없다. 기독교에서 천국 간다는 의미는 구원 혹은 자유를 뜻한다. 살아서 자유를 얻어야 진정한 구원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기독교는 살아서 자유를 얻지 못한다.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은 받았다고 하는데 자유롭지 못하다. 말로만 하는 자유가 아니라 진짜 자유를 말한다. 여전히 삶에 끄달리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산다. 때문에 기독교는 미래지향적 구원을 말한다. 지금 우리는 구원을 받았지만 완성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완성은 언제인지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 만 년 더 지나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죽은 이들은 아무도 말이 없다. 이런 불분명한 교리를 나는 왜 그토록 오래도록 믿고 따랐을까? 지금 다시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이다.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삶은 개체적 삶을 말한다. 개개인이 죽은 이후에 그 영혼이 또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을 말한다. 과연 그런 세상이 있을까? 그곳에 지금까지 죽은 모든 이들의 영혼이 있을까? 어떤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서 해외로 여행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는 있다. 그가 여행한 후에 돌아와도 그를 아는 사람은 본래 그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안다. 그는 고향에 돌아와서 자신이 본 또 다른 세상을 아주 자세하게 생동감 있게 말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말을 그대로 믿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죽은 사람이 한참 후 다시 살아서 돌아온 경우는 인류 역사상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고대나 예전 기록에는 그런 사례가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현대인이 믿을 만큼 신빙성 있지는 못하다. 왜냐하면 그때 그런 사례가 발생할 수 있었다면 오늘날에도 발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적으로도 우주 질서에도 맞지 않는 현상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런 말은 믿지 않는다. 결국 죽음 이후의 세계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세상이 된다. 사후 세계는 살아있는 자에게 의미가 있지 죽은 이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아서 그 이후의 세계는 알지 못한다. 예전에는 사후 세계가 있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믿지 않는다. 전혀 사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죽음 이후를 이해하는 한가지 유사한 형태가 있다. 바로 깊은 잠의 상태이다. 사람이 깊은 잠에 들면 의식이 없다. 시간과 공간도 없다. 꿈을 꾸지 않고 자는 경우 자신이 언제 잤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눈을 뜬다. 눈을 뜨고 나서야 자신이 깊은 잠에 빠졌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깊은 잠을 자는 동안에는 시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텅 빔 상태가 된다. 죽음 이후도 바로 그 상태가 아닐까 싶다. 그냥 공(空)의 상태에 접어드는 것이다. 그 상태가 바로 태초의 상태이며 완전한 상태이며 휴식의 상태이다. 사람들이 깊은 잠을 자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죽음은 왜 그토록 두려워할까? 완전하고 온전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인데 말이다. 물론 두려워하는 것은 개체적 자아이다. 소멸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천국도 그 때문에 생겨났으리라. 자아는 죽은 후에도 자신이 소멸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서 사후 세계를 만들어 그곳에서 안식하려는 것이다. 물론 죽기 직전까지의 위로 밖에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자아의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죽음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극소수의 용기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