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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형태

종교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다. 하나는 무속신앙, 두번째는 윤리적 신앙, 세번째는 깨달음 신앙이다. 세 가지 형태는 모든 종교에 혼재되어 나타나지만, 때로는 어느 한쪽에 집중적인 성향을 띠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종교에서부터 특정 지역의 작은 규모의 종교까지 세 가지 형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장 낮은 종교가 무속신앙이다. 이들은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치면서 오로지 개인의 행복과 이익만을 추구한다. 사회적 윤리나 도덕은 무시된다. 자기 자신이 잘 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옳다. 때문에 무속신앙은 대중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요즘 윤석열과 그의 처 김건희의 무속신앙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사람들이 무속신앙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 일반에 공적 선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어두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종교는 거의 대부분 윤리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한다. 어떤 성직자나 종교인이 아무리 영성이 뛰어나더라도 윤리적이지 못하면 비난을 받는다. 비록 영성이 부족하더라도 도덕적인 사람이며 인격이 훌륭하다면 명성을 얻고 사람들로부터도 인정을 받는다. 때로는 선한 일을 많이 하면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때도 있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도덕적인 사람은 선한 사람은 될 수 있으나 참된 구원을 얻지는 못한다. 도덕적인 사람도 죄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도덕적인 사람은 어느 정도 선한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 본성의 해악마저 초월하지는 못한다. 도덕적이더라도 여전히 자신의 내면은 죄악과 고통으로부터 힘겨워한다. 그럼에도 도덕적인 삶을 삶으로써 그 정도로 스스로 위안을 얻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살아간다. 거의 모든 종교인들도 이 정도의 수준에서 만족하며 산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깨달음 신앙을 갖는다. 도덕적인 사람이 되고 열성적인 신앙인이 되는 것은 누구라도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깨달음은 그러하지 못하다. 깨달음은 노력하면 할수록 이르지 못한다. 깨달음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아를 죽이고, 온전히 하나님께 맡기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깨달음은 준비된 자에게 어느 날 다가온다. 무속신앙과 윤리적인 신앙은 인간의 노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만 깨달음은 인간의 노력을 벗어난다. 이전의 두 신앙은 인간에게 참 자유를 주지 못한다. 반면에 깨달음은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참 자유를 얻게 한다. 죄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깨달음 뿐이다.

사람들은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며 그것으로 구원을 얻거나 스스로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자신의 노력과 다른 사람의 인정을 결실로 삼으며 스스로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그 정도가 전부이다. 위로받고 인정받는 그 정도에서 그의 구원은 더 깊어지지 못한다. 결국 살면서 완전한 자유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할 일은 죽은 후 천국에 가는 것 밖에 더 있겠는가? 도덕적 삶과 신앙을 추구하는 사람은 살아서 완전한 구원을 얻지 못하기에 죽은 후에 부활과 하늘 나라를 꿈꾼다. 반면에 깨달음에 이른 사람은 살아서 완전한 자유와 구원을 얻는다. 삶과 죽음을 초월하고 천국과 지옥을 넘어선다. 살아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며 생사화복에 길들여지지 않는 온전한 삶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