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정도 살 곳을 오래 전부터 알아왔다. 평생 살 곳을 찾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 그런 장소는 찾지 못했다. 대신에 몇 년 임시로 살 곳은 최근에 확실히 정했다. 지난 가을까지만해도 결정하지 못했는데 이제 마음이 확실히 결정되었다. 그곳은 바로 대전 대덕구 계족산 아래 선비마을 아파트 단지이다. 그 주변 일반 주택을 살펴봤지만 계족산과 조금 거리가 멀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선비마을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서 살 생각이다. 그 주변에 선비마을 아파트가 5단지까지 형성되어 있다. 내가 마음에 둔 곳은 3단지 또는 4단지이다. 일단 그곳 아파트 뒷산이 계족산황톳길과 가장 가까운 거리이다. 황톳길은 계족산 둘레에 약 14km로 산 허리를 감싸고 있다. 황톳길에 들어서려면 아파트 뒷길로 약 20분 정도 산을 올라야 한다. 황톳길은 장동산립욕장 입구에서 정식으로 시작하지만, 그곳은 한참 샛길로 들어가야 하고 마을에서 조금 멀다. 반면에 선비마을 아파트 단지는 지난 번 내가 지나갔던 곳으로 황톳길로 접어들 수 있는 최단거리 지름길이다.
위 지도에서 붉은색 지역이 선비마을 아파트 3,4단지이다. 나는 두 곳 가운데 한 곳으로 이사를 하면 된다. 가능한 1층에 살려고 한다. 책이 많아질 것과 불필요하게 층간소음에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서이다. 윗층에서 들리는 층간소음에 나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것 같다. 혹여 내가 소음을 일으켜서 성질 나쁜 이웃과 다툼이 생길까 그것이 조금 걸리긴 하다. 처음부터 1층에 살면 그런 걱정 없으니 마음 편히 살 수 있다. 늘어나는 책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나마 1층이 조금 마음이 놓인다. 선비마을 아파트 가격이 만만치 않다. 서울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그럼에도 대전에서 그 가격은 조금 높은 편인 것 같다. 일단 목표는 올해 안에 그곳으로 이사가는 것으로 한다. 만약 힘들다면 내년까지라도 꼭 이사를 할 생각이다. 가장 우선적인 것이 돈이다. 이사하기 전까지는 돈을 모으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지난 가을에 계족산황톳길을 방문했었다. 혼자서 계족산성을 오르고 황톳길을 모두 걸었다. 그때 방문은 황톳길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탐방 목적이 컸다. 처음 방문이라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했다. 계족산성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치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동쪽으로 멀리 대청호도 잘 보였고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황톳길은 약간의 경사가 있긴 했지만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경사였고 걷기에는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산새 소리와 숲의 나무들에 둘러쌓여서 걷는 길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이제 그곳으로 이사를 가면 거의 매일 황톳길을 걸을 수 있다. 몸과 마음 건강에 최선의 시간이 될 것이다. 걷는 시간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강의 영상을 들으며 걸어도 되고, 걷는 것 자체로 깨달음 공부하며 걸어도 된다.
계족산 황톳길은 산 아래 장동산림욕장에서부터 시작해서 전체 둘레길 모두 14.5km가 된다. 산을 오르는 거리를 빼면 둘레길만 약 13km가 조금 넘는다. 내가 살 곳인 선비마을에서 시작한다면 전체 약 14km가 될 것이다. 그 거리이면 건장한 사람이 걸었을 때 3시간 넘게 걸린다고 나와 있다. 지난 번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계족산성을 올랐기 때문에 황톳길만 걸었을 때의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었다. 그날 나는 총 5시간 넘게 걸었던 것 같다. 물론 계족산성에서 보냈던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서였다. 요즘 내가 갑천누리길을 걷는 길이와 황톳길의 길이을 비교해봤다. 갑천누리길은 집에서 출발해서 가수원다리 직전 억새숲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이다. 걷기앱의 기록을 보면 약 13km이다. 중간에 10분 정도 쉬는 시간을 합해도 2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그렇다면 황톳길 경우에는 빠르면 3시간, 늦어도 3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충분하다. 전체 구간을 맨발로 걷는다면 조금 더 걸릴수도 있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거의 매일 걸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처음 자료 조사를 할 때에는 평균 4~5시간 걸린다고 해서 거리가 너무 길구나 생각했는데 실제로 비교를 해보니 충분히 매일 걸을 수 있는 거리였다. 지금 생각으로는 3일은 황톳길을 걷고, 1일은 계족산성을 오르고, 하루는 쉬면서 아파트 옆 동춘당 공원을 가볍게 산책하면 될 것 같다. 아니면 일주일을 맞추어서 4일은 황톳길을 걷고, 2일은 계족산성을 오르고, 하루(일요일)는 쉬는 것으로 해도 괜찮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인다.
대전 주변에 그만한 공간도 없을 것이다. 유성 갑천도 공기가 맑고 주변 경관이 좋긴 하지만 요즘 계속 토목 공사가 진행되어서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습지길 중간에 고가 다리가 생겨서 습지를 흉하게 만들더니 요즘은 습지길 입구에 큰 다리를 만들고 있다. 또 몇 년 전부터 생태공원을 만든다며 습지길 맞은편을 온통 황폐화시키더니 그 후로 개발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으면서 방치된 상태이다. 앞으로도 몇 년 동안 그런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이다. 갑천 습지길도 몇 년 전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너무 많아서 신비감이 모두 사라졌다. 사람이 많아지니 길도 많이 훼손되고 인공적인 느낌이 너무 났다. 습지길은 나의 순례길이며 깨달음 공부하며 거의 매일 찾았던 지역인데, 지금은 처음 내가 만났던 신비롭고 아름답던 습지길이 아니다. 따라서 이제 그곳을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선비마을 아파트에서 4~5년 정도 살면 어떨까 싶다. 그곳에 살면서 내가 평생 살 곳을 찾아볼 생각이다. 평생 살 곳은 아파트가 아닌 단독 주택을 살 생각이다. 얼마 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카페 분위기가 나는 서재와 피아노실이 있는 소박하면서 아담한 집에서 살 생각이다. 계족산황톳길처럼 집 주변에 넓은 숲이 있었으면 좋겠다. 제주도라면 그런 곳이 많겠지만 도시에 그런 곳이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산은 많지만 크고 넓은 숲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시골이야 나름대로 그런 장소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큰 도시 옆에 그런 곳은 정말 찾기 힘들다. 계족산황톳길은 그야말로 적절하게 나에게 나타난 꿈같은 장소이다. 대도시 바로 옆에 있고, 황톳길까지의 거리가 20분이며, 황톳길에 오르는 즉시 도시와 떨어져서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다만 집주변이 너무 도회지여서 그게 조금 싫을 뿐이다. 조금 시골같은 분위기이면 좋은데 말이다. 그곳에서 살다보면 또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일단 그곳으로 이사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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