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삶의노트 > 삶의노트

과학(3) 교육(3) 글모음(59) 깨달음(358) 생각(439) 시사(104) 여행(97) 역사(1) 영성(282) 영화  (7) 예술·미술(35) 일상·삶(503) 종교(571) 철학(5)

기독교 신앙과 깨달음 신앙 때의 차이

이전부터 내가 기독교 신앙을 가졌을 때와 지금 깨달음 공부 할 때의 상태를 비교하며 그 차이를 느껴보는 때가 종종 있었다. 어제도 유성 갑천누리길을 걸으며 문득 그 생각이 들어서 잠시 비교하곤 했다. 무엇이든 사람은 어떤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그 실체가 오로지 와닿지가 않는다. 예전 글에도 이런 차이를 조금씩 남기긴 했다. 대체로 비슷한 내용이어서 새롭고 신선한 내용은 없지만, 이 차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조금은 중요한 정보가 아닐까 싶다.

전혀 나에 대한 정보없이 이 글을 읽는 사람을 위해서 기본 정보를 조금 말한다. 이런 설명을 해야 하는 것도 유치하지만, 대부분 자신이 신실하게 신앙을 가졌다는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시키고자 함이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자랐다. 6살 때부터 교회다녔던 기억이 나고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부, 청년부를 거치는 동안 줄곧 교회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서 지내왔다. 네비게이토 같은 선교단체 훈련도 고등학생 때부터 받았으며, QT(Queit Time)는10살 때부터 시작했으며, 대학부 시절에는 그 시절 유행했던 PBS(Personal Bible Study), GBS(Group Bible Study), 기독교 세계관에 심취해서 교회 청년들과 함께 열심히 참여하기도 했었다. 물론 기독교 서적도 많이 읽었고, 기독교 단체의 학술 모임도 제법 참여했었다. 그 만큼 교회와 단체에서 예배와 기독교적 활동에 열심이었다. 이러한 지적 또는 활동적 노력 뿐만 아니라 기도와 영성 참여에도 나름대로 적극적이었다. 10살 무렵부터 새벽기도회나 금요철야예배도 많이 참석했었다. 그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QT도 교회 전도사님을 통해서 10살 때 배우기 시작해서 혼자서 성경 읽고 말씀을 적용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었다. 내가 대학부 시절이 되자 그때에서야 한국에서 QT 붐이 일어나서 전국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대체로 나는 기독교 문화를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는 일찍 배우고 생활화했던 것 같다. 모태신앙이거나 어릴 때부터 열정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과정을 겪었으리라 짐작된다. 따라서 대부분 오래도록 신앙을 가진 사람의 영성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즉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철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도 결국 내가 가진 신앙의 어떤 현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30살 이후에는 사업을 하느라 어릴 때부터의 종교적 활동은 없었지만 신앙심은 신실하면서 보수적 형태로 늘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죽음 앞에서도 하나님과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예수님을 부인한다는 것은 차라리 죽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여튼 기독교 내에서 가르치는 모든 교리는 내 삶에서 진실이었고 실재였다. 그것이 진실이고 실재이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내가 보수적 기독교 신앙을 견지했던 그때까지는 변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깨달음 공부를 하는 지금 참 이상했다. 그때 진실이고 실재한다고 여겼던 것들이 지금 내 안에 하나도 없다. 그냥 내 마음만 바뀌었을 뿐인데 그것들이 전혀 실재하지 않고 공허하게 느껴졌다. 예수님에 대한 기존 신앙이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그 신앙 자체가 없다. 그래서 왜 그런가 내 마음 속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예전의 그 신앙 안에서 가졌던 것들이 정말 실체가 있는 것들이었나 의문을 가지면서 하나하나 살펴보니, 사실 그것들 자체에서 실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실체가 있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실제로는 아무런 실체가 없는 마음 속 현상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든가 아니든가 둘 중 하나였다. 받아들이면 그것이 실체로 느껴지고, 그렇지 않으면 비실체로 느껴질 뿐이었다. 마음에 상태에 따라서 실체가 되었다가 아니었다가 하는 것은 결국 실체가 아니란 것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예전 신앙심을 굳게 믿고 나간다면 이전의 그 뜨거웠던 신앙을 다시 느낄 것 같고, 그 반대라면 그냥 연기처럼 사라질 것 같다. 즉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나타나는 것이다. 이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 것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기독교의 구원론, 창조설, 예수님의 부활 등 예전 신앙인이었을 때 가졌던 그 믿음 그대로 지금 내 속에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때의 그 강렬했던 실체감이 지금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안개처럼 마음 속에 흩어져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믿던지 안 믿던지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것들을 믿으면 믿음에서 발생하는 힘이 있고, 안 믿으면 아무런 효능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믿음은 대상이 기독교이든지 아니든지 별반 차이가 없다. 다른 종교에서도 어떤 대상을 믿으면 그런 힘은 모두 발생한다. 믿는 대상에서가 아니라 믿음 그 자체에서 힘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믿음 자체가 아니라 믿음의 대상인 것이다. 믿음의 대상이 진실과 거리가 있다면 이건 심각한 것이다. 이미 나는 그 허상을 눈치채고 깨달음 신앙을 돌아섰지만, 막상 깨달음 신앙의 관점에서 예전의 신앙을 돌아보면 오늘날 우리가 믿는 기독교의 허상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서 쓴웃음만 난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그것을 전혀 모른다. 그냥 예전의 나처럼 자신이 믿는 것이 진리이고 실체라고만 생각한다. 사람이 자신이 믿는 것을 진실이라고 확신하면 그때에는 답이 없다. 정말 진실이면 다행이지만 진실이 아니더라도 어찌할 수 없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다. 그 정도로 만족하며 산다면 나도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내 삶에서 나는 기존의 기독교 신앙은 별 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이다. 기독교 신앙은 영적인 초신자에게는 어울릴지 모르나, 깊은 영성을 얻고 참 자유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종교라는 것은 확인한 상태이다.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이것이다. 기독교의 믿음의 대상을 내가 믿으려고 하면 믿어지고, 믿음을 버리면 모두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즉 기독교의 믿음의 실체가 돌맹이처럼 단단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내 마음 속을 살펴봐도 예전의 가졌던 믿음이 그냥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데 그때의 믿음과 그 대상은 지금 텅 빈 알맹이 뿐이다. 예전에는 믿음이 빈 알맹이라는 걸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사실을 아는 차이이다. 생각만 바뀌었는데 믿음의 실체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본래부터 실체가 아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생각은 개념이다. 생각을 바꾸자 믿음도 달라졌다. 그렇다면 그 믿음도 결국 개념으로 형성된 무엇이라는 것이다. 만약 기독교 신앙이 실체라면 생각이 바뀌든 아니든 늘 한결같이 실체로 내게 와닿아야 한다. 아쉽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자신이 믿는 것이 실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말하는 바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아는 그 신앙을 다 경험해 봤지만, 지금 내가 경험하는 깨달음은 그들이 전혀 알지 못하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깨달음 신앙이 무엇인지는 내가 글로 많이 남겼으니 찾아서 읽어보면 된다. 참고로 말하면 깨달음 신앙이 예수님의 진짜 복음이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 나중에 깨달음 공부가 더 깊어지면 그때 더 자세한 내용을 남겨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