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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의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

인심과 천리는 혼연하게 한 몸이다. 성현이 책으로 기록한 내용은 마치 진영(眞影)을 그릴 때 그 인물의 정신을 그려내는 데 초점을 두는 것과 같아서, 형상의 대략을 보여 주고는 배우는 이들이 그것을 토대로 참모습을 찾도록 할 뿐이다. 그 인물의 정신·기상·말과 웃음·태도는 원래 전할 수 없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후세의 저술은 성인이 그린 것을 모방하고 등사하면서 함부로 분석하고 증가시킴으로써 자기 재주를 드러내려 했으므로, 그들은 참모습을 더욱더 잃어버렸다.

- 《전습록》

경전에 대한 해석과 이해는 마땅히 그 기본 의향을 체험해 내야지 '그려내는 것을 지나치게 정밀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손발의 생김새는 묘처와는 무관하다"라는 고개지의 말에서처럼, 경전 속의 '신(神)'을 파악하여 그것과 통하지 못한 채 다만 경전 속의 '손발의 생김새'만 좇는다면 이것은 근본을 버리고 말단을 좇는 것이다. 

- 《양명철학》p.493, 진래 저

이런 글을 읽으면 문득 문자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경각심이 생긴다. 마음에서 성령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그 많은 성경공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