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삶의노트 > 삶의노트

과학(3) 교육(3) 글모음(59) 깨달음(357) 생각(438) 시사(104) 여행(97) 역사(1) 영성(281) 영화  (7) 예술·미술(35) 일상·삶(502) 종교(571) 철학(5)

육경은 내 마음이 지닌 보물을 기록한 등기부일 뿐이다

세상의 학자들은 육경(六經)의 실질을 내 마음에서 구하지 않고, 헛되이 그림자와 메아리와 같은 것에서 고찰하고 문의(文意)의 지엽에서 견강부회하여 강퍅하게 그것을 육경이라고 우긴다. 이는 부잣집 자손이 자기 창고에 쌓인 재산을 지키기만 할 뿐 향유하지 못한 채 나날이 잊고 잃어버려서 거지가 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시끄럽게 그 장부를 들쳐 보이며 "이것이 우리 창고에 쌓인 재산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 《全書》, 권7, 133쪽

왕수인이 볼 때 육경은 내 마음이 지닌 보물을 기록한 등기부일 뿐이다. 육경에 기재된 기본 가치는 그것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는 결코 확보할 수 없다. 마치 창고의 목록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는 창고에 쌓인 재산을 진정한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경전이 내 마음의 목록에 지나지 않고 보물 자체가 아니라면, 그것을 진정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본심을 밝혀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내심에서 이 보물들을 발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보물은 개개인에 대해서 말하면 '본래 가진 것'이긴 하다. 그렇지만 '본유(本有)'는 '실유(實有)' 즉 실제로 자각적으로 소유한 것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사람은 반드시 경전이 제시한 것에 근거하여 자기 마음 속에서 이런 보장들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육경은 '내 마음의 재산 목록이다. 육경의 실질은 내 마음에 갖추어져 있다. 마치 창고의 재산들은 전부 자기 집안에 보관되어 있고, 그 목록 자체는 단지 항목과 숫자를 기재해 둔 것일 뿐인 것과 같다." 주체성 속에서 도덕의 원리를 발굴하지 않고 단지 서책·경전에서 고찰하고 연구하는 것을 왕수인은 "자신의 무진장(無盡藏)을 버려둔 채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밥을 빌어먹는 거지 행세를 하는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 《양명철학》 p.491~492, 진래 저

나 또한 과거에 성경을 지식적으로만 공부했던 때가 있었다. 일단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