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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본체로써의 양지

"제 마음을 가지고 시험해 보니, 기쁨·노여움·근심·두려움의 감정이 일어날 때 기를 몹시 움직이더라도 마음의 양지가 그런 움직임을 한번 알아차리면 모든 감정들이 바로 아득히 사라져 버리는데, 어떤 때는 처음에 막기도 하고 어떤 때는 중간에 제지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나중에 뉘우치기도 했습니다. 이로 볼 때 양지라는 것은 늘 한가하고 아무 일도 없는 곳에 자리잡고 주재가 되는 것으로, 기쁨·노여움·근심·두려움의 감정을 벗어나 있는 듯이 보입니다. 제 생각이 어떠합니까?"라고 물으니, 선생께서는 "이것을 알면 '감정이 일어나기 전의 중(中)'과 '고요하여 움직임이 없는' 본체를 알게 되고, '감정이 일어나 절도에 맞는 화(和)'와 '느끼자마자 바로 환희 꿰뚫는' 신묘함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양지가 언제나 한가하여 아무 일도 없는 곳에 자리하는 듯하다고 말하면 여전히 어폐가 있다. 대개 양지는 기쁨·노여움·근심·두려움에 막히지 않지만 기쁨·노여움·근심·두려움 역시 양지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하였다.

- 《전습록》

마음의 본체로써의 양지를 말하고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의 본성과 거의 같다. 기쁨·노여움·근심·두려움이 일어날 때 깨어있음으로 지켜보면 그것들은 힘을 잃고 사라진다. 이 방법은 일반적인 명상법에서도 유용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때에도 괜찮은 방법이다. 항상 깨어있음 상태에서 마음을 관찰하면 본성이 드러나게 되는데, 양명학에서는 이러한 마음의 본체를 길러서 성인이 되는 게 목표이다.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마음의 본체는 성령이다. 예수님이 늘 깨어있으라고 당부하신 이유도 바로 이 성스러운 영에 늘 안착하기 위함이었다. 깨어있으면 죄악에 물들지 않는다. 성령이 항시 우리 마음을 감찰하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