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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여섯에 카미노를 걷다》를 다 읽었다

《예순 여섯에 카미노를 걷다》를 다 읽었다. 책은 160페이지로 무척 얇다. 하지만 여행에 필요한 경험과 정보가 적절히 포함되어 있어서 좋다. 책이 실속있다보니 지겹지도 않다. 하지만 2009년에 출판된 책이기 때문에 산티아고를 가려는 사람은 지역에 대한 정보는 최신의 것으로 교체하는 게 중요하다.

책 마지막에 카미노를 다녀온 어느 수녀의 말을 옮겨 놓았는데 참 좋다.

"순례자여, 당신이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발걸음이 곧 카미노다."

카미노(Camino)는 '길'이라는 뜻이다. 스페인어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라는 의미인데 줄인말로 카미노라고도 부른다. 카미노를 걷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산티아고를 목적으로 걷는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한 말이지만, 때로는 산티아고는 형식상의 목적지이고 진정한 목적지는 자신의 발걸음에 두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런 유형의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산티아고가 목적지인 사람은 그곳에 도달하는 순간 감격에 겨워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감동은 오래 가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가끔 들추어낼 때 살아나곤 한다. 순례길에서 신을 찾거나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영화 <나의 산티아고>를 보면 독일인 하페 켈링은 산티아고에 이르기 직전에 울먹이며 자신만의 신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말 그대로 '자신만의 신'이다. 순례길을 통해서 신을 만나거나 자신을 찾는 사람은 없다. 신과 자신은 그렇게 찾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참된 순례를 하려는 사람은 한걸음 한걸음이 순례가 되어야 한다. 산티아고가 목적지가 아니라 한걸음 자체가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 신은 그 한걸음에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겉표지에 일정표가 그려져 있다. 이게 뭔가 싶어서 한참을 들여다 봤다. 본래 책에 포함된 일정표인지, 아니면 처음 이 책을 구입한 사람이 그린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나는 알라딘에서 중고서적으로 이 책을 구입했다. 왼쪽 아래 "빰쁠로냐"라는 파란 글씨는 볼펜으로 쓴 게 확실했다. 나는 확인하는 차원에서 표의 줄을 지우개로 살짝 지워봤다. 지워졌다. 아마도 처음 이 책을 구입한 사람이 자신도 산티아고를 걷고 싶어서 일정표를 그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지만 마드리드 일정이 있는 걸 봐서는 순례길 가려는 생각이 아닐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일정표를 그린 사람이 꼭 산티아고 순례길을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