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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혼자서 여행하던 날

친구들과 어울려서 여행한 적은 많지만 나 혼자서 여행한 것은 25살 무렵이 처음이었다. 그때 나는 대구에 있는 오래된 기와집에서 살았다. 가운데 보이는 사진은 내가 지냈던 방이다. 잠에서 깨어나서 부시시한 얼굴로 방문을 나서니 동생이 사진을 찍었다. 그때 갑자기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옷을 입고 간단히 짐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단순히 생각난 곳이 동해안이었다. 기차를 타고 경주로 가서 시외버스를 타고 동해안 감포에서 내렸다. 그때부터 포항 오른쪽 호미곶이 있는 곳까지 1박 2일로 국도를 따라서 걸어 올랐다. 중간에 구룡포항에서 1박을 했다. 다음 날 조금 더 걸어가니 등대박물관이 있어서 잠시 방문도 했다(오른쪽 아래 사진). 길을 걷는 중에는 카메라를 삼발이에 달아서 타이머를 맞추어 찍기도 했다. 그곳은 외진 곳이어서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도로 위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호미곶까지 가서보니 영일만 건너편이 훤하게 보였고 그 사이에 호수같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영일만은 호미곶에 가려져서 파도가 없는 호수 같았다. 바다 위에는 커다란 배들이 마치 작은 장난감 배처럼 곳곳에 떠 있었다. 왼쪽으로 길을 따라서 포항까지 걸어가려고 했는데 길이 비포장 도로였다. 사람들도 다니지 않는 것 같고 집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오후여서 해가 지기 전에 포항에 도착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되어 할 수 없이 구룡포로 되돌아와서 버스를 타고 포항까지 갔다. 처음으로 걷는 여행길은 무척 고독하면서도 신비로왔다. 결코 외롭다거나 지겹다는 느낌이 없었다. 언제든지 혼자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처음 여행이다보니 많이 서툴렀다. 이때의 여행은 나이를 먹어도 종종 생각이 난다. 특별한 여행도 아니었다. 그냥 예고없이 떠난 여행이었다.

며칠 산티아고 여행기를 읽고 어제오늘 유튜브에서 영상도 봤다. 어제밤부터 젊은 신혼부부가 산티아고 여행한 브이로그를 쭉 지켜봤다. 밥은 가능한 재료를 사서 지어서 먹고 있다. 두 사람은 정말 행복한 여행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영상을 보다보니 나도 누군가와 함께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여행은 혼자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함께 가는 여행과 혼자가는 여행은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나한테는 혼자만의 여행이 더 어울린다.

해외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것은 20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때 전혜린을 알아서 독일 뮌헨 슈바빙에 대한 꿈을 키웠다. 전혜린의 흔적을 너무너무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반드시 외국 유학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다가 20대 초반에 동아출판사에서 발행한 《세계의 여행》시리즈가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 책은 해외의 꿈을 구체적으로 갖게 한 동기가 되었다. 생각날 때마다 그 책을 넘기며 이국에 대한 동경을 가졌다. 특히나 독일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로덴부르크와 같은 오래된 도시의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느낌을 주었다. 실제로 2001년에 유럽배낭여행을 갔을 때 책에서 보았던 도시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피부로 느끼면서 오래 전 동경했던 마음을 현실로 만들었다. 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때 봤던 《세계의 여행》시리즈는 지금도 내 책장에 꽂혀 있다. 몇 권은 30대 초에 친구에게 빌려주었다가 못 받았는데, 헌책방에서 다시 구입하여 채워둘 생각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국가의 책들만 빌려주었다가 하나도 못 받았다. 여행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