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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죽음
철십자가(Cruz de Ferro)
산길을 올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철 십자가 앞에 도착했다. 순례자들이 고향에서 가져와 각자의 간절한 기원, 갖가지 사연들을 담아 쌓아둔 돌들이다. 돌무더기 위를 오르니 십자가 버팀목에 핀으로 꽂힌 사람들 사진이 펄럭거렸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사진과 안식을 비는 기도문들이 함께 꽂혀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아, 여기다!'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내 지갑엔 남동생의 작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 어느 지점일지는 미리 정해두지 않았지만 어디든 남동생의 영혼이 기뻐할 만한 곳에 묻어주고 싶어 미리 사진을 챙겨 왔더랬다. …… 부모님의 세례명이 단정하게 적힌 작고 둥그런 돌들을 보는 순간 와락 눈물이 터져 나왔다.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의 일치이지만 작은 돌들이 바로 여기가 남동생을 위한 장소라고 일러주는 것만 같았다. -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p.188, 김희경 지음 책의 절반을 읽고 있다. 그녀는 남동생 죽음에 대해서 조금씩 얘기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뇌사상태에 빠졌고 며칠 뒤 숨을 거둔 모양이다. 그녀의 슬픔이 곳곳에서 묻어 나왔다. 남동생이 어떤 이유로 죽음에 이르렀는지는 아직 나오지 않는다. 사고가 났거나 심근경색 같은 갑작스런 일을 당했을 것 같다.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면이 나오면 나도 형의 죽음이 떠올랐다. 형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동생과 비슷한 처지여서 너무 생생하게 와닿는다. 그녀는 철십자가인 크루스 데 페로(Cruz de Ferro) 아래 동생의 사진을 묻었다. 많은 사람들이 슬픔을 묻으려고 그곳에 흔적을 남긴다.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를 여러 권 읽었고, 언젠가 나도 꼭 그 순례길을 걷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철탑 아래 형의 사진을 묻는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문득 나도 그곳에 형의 흔적을 하나 남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지만 상징적 의미라도 있다면 그때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도 형 생각을 자주 한다.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앞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들이 많을텐데...... 이제 겨우 건강을 회복하고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리 일찍 갔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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