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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카미노, On the Camino》

흐린 아침이다. 《온 더 카미노, On the Camino》를 펼쳤다. 그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중이다. 그녀는 팜플로나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로 향하고 있다. 75페이지까지는 특별히 재미있는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마침 한 60대 할머니와 그녀의 연하남 애인인 영국인 할아버지를 만나 보조를 맞추어 걷는다."

갑자기 낯설었다. 요즘은 60대를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않는다. 만약 글쓴이가 청소년이거나 20살 정도라면 그런 호칭도 봐줄 만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저자인 이신화(이혜숙)씨는 중년 여성인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자신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데, 늙은이로 묘사한 것이 재미있는 인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 검색해서 그녀를 찾았다. 나이는 알 수 없었다. 꼭꼭 숨겨둔 모양이다. 만약 그녀가 나이를 공개했다면 안 나올 리가 없는데 사진만 나왔다. 2015년도에 찍은 사진을 보니 50대로 보였다. 어쩌면 40대 후반인지도 모르겠다. 썬글라스 쓴 사진으로는 사실 조금 헷갈린다. 이 책이 2010년에 출판되었으니 그녀의 나이 40대 후반 혹은 50살 정도였을 것이다. 50살 아주머니가 60대를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하는 건 좀 심하다. ^^;

갑자기 왜 이런 나이 문제에 호기심이 생겼을까? 나도 참 한심하다.

이신화씨는 여행 전문 작가이다. 책도 수 십 권 낸 것으로 보인다. 《온 더 카미노, On the Camino》를 읽어보면 그녀의 스타일이 조금 느껴질 것이다.

여행책을 여러 권 읽다보니 느껴진 점이 하나 있다. 여행 전문 작가가 쓴 책과 아마추어가 쓴 책의 느낌이 너무 달랐다. 전문 작가의 글은 뭐랄까, 긴장감이 별로 없다. 이미 글을 쓰기 위한 여행 목적이 있고 여행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글 속에서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다. 비록 그가 낯선 곳을 여행하더라도 말이다. 반면에 아마추어의 글은 비록 서툴로 표현도 약하지만 긴장감과 박진감과 설렘이 너무 잘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아마추어 여행글이 나에게는 조금 더 친근감이 든다.

유시민 작가가 쓴 《유럽 도시 기행1》도 함께 읽고 있는데 별 재미가 없어 덮어 두었다. 단지 여행지를 둘러보고,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면서 여행하는지를 소개하는 정도이다.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지식을 줄 뿐이지 그 이상 얻는 것은 없다. 그렇다고 아마추어처럼 글을 쓴다면 그것도 문제이다. 아마추어는 여행에서 일어나는 사건 중심으로 글을 쓰는데 그것도 그리 좋은 글쓰기는 아니다. 여행 기행문에서는 뭐가 들어가야 재미가 있을까? 참 어려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