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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이이의 마음공부1

학자는 모름지기 항상 '경'(敬, 항상 깨어있음)을 주로 하여 경각이라도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일을 처리해야 할 때에는 정신을 집중하여 깨어있으면서 마땅히 머물러야 할 데에 머무를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일이 있어 정좌(靜坐)하고 있을 때에는 생각이 일어난다면 반드시 무엇에 대한 생각인가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거이 만약 '악한 생각'일 것 같으면 곧 용맹하게 단절시켜 털끝만큼이라도 다시 나타날 실마리를 남겨두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선한 생각'이면서 마땅히 생각해야 할 만한 것이라면, 그 이치를 연구하여 풀리지 않은 바를 풀어서 이치를 더욱 밝혀야 합니다. 만약 선한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그 적당한 때가 아니면 이것은 잡생각입니다.

'잡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생각을 내면 더욱 어지럽게 됩니다. 이 싫어하는 마음 또한 잡생각인 것입니다. 잡생각인 것을 알아차린 뒤에는 다만 가볍게 추방하고 이 마음을 잘 챙겨서 (잡생각을) 따라가지만 않으면 그런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곧 그치게 됩니다.

이와 같이 공부를 하여 아침저녁으로 씩씩하게 하되, 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말고 게이른 생각을 내지 말 것입니다 만약 (깨어있는) 힘을 얻지 못하여 혹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한 생각이 들 때에는, 반드시 정신을 가다듬어 일으키고, 마음을 정결하게 하여 한 생각도 없게 하고, 기상을 맑고 평화롭게 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를 오래하여 순수해지고 익어가면, (정신이) 모이고 안정되어서 항상 이 마음을 깨어서 알아차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원신이) 우뚝 서있게 되어 사물에 이끌려 더럽혀지지 아니하고, 사물이 나의 부림을 받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게 될 것입니다. 본체의 '밝은 것'(광명한 원신)이 훤히 드러나게 되고, (원신의) 밝은 지혜가 훤히 비추어 매사의 일처리에 어긋남이 없게 될 것입니다.

- 율곡 이이의 마음공부, 《조선선비들에게 배우는 마음 챙김의 지혜 100》중에서

조선 선비들의 마음공부법은 대승불교의 마음공부법과 거의 같다. 성리학이 본성을 깨달아 그 밝은 이치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불교는 불성을 깨달아서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고 세상 사람들에게 육바라밀을 베푸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원신, 본성, 불성과 같은 것은 표현이 다를 뿐이지 모두 같은 것을 말한다. 즉 근원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유교나 불교나 도교나 같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어떠할까? 기독교도 마찬가지로 같다. 기독교에서는 성령이 본성이다. 동학(천도교)의 한울님도 같은 것을 말한다. 원불교의 불성도 같다. 이치럼 진리는 종교를 떠나서 그 중심은 하나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