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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의 추억

《프라하에서 길을 묻다》를 조금 읽었다. 그녀는 까를루프 다리(Karlův most)를 찾느라 길을 서성인다. 까를루프 다리는 프라하에서 무척 오래된 다리여서 유명하다. 영어식으로는 카펠교 또는 카를교(Charles bridge)라고도 한다. 나도 그 다리 위에서 석양을 보았고 밤 풍경을 즐겼다.

프라하 밤열차에서 만난 세 명의 숙녀들. 막내, 나, 큰언니, 둘째 순으로. 

뮌헨에서 프라하로 향하는 밤기차를 탈 때 세 명의 한국인 숙녀들을 만났다. 보통 밤기차는 6명이 탑승할 수 있는 침대칸이다. 하지만 4명만 탑승할 경우 1등석으로 가격만 조금 높았다. 나는 6명석에 예약을 했고, 그들은 세 명이서 1등석을 예약했다. 열차에 올라서니 그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자기들 칸에 함께 가지 않을거냐고 물어왔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자기네들은 처음 여행해서 밤에 저들끼리 있는 게 겁이 난다고 했다. 나는 흔케히 허락하고 차장에게 돈을 조금 더 지불하고서 열차칸을 이동했다. 늦은 시각이라 우리는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 숙녀들은 두산 그룹에서 근무했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위해서 휴가로 여행을 보내준 듯했다. 그렇게 세 명이서 처음으로 유럽에 온 것이다.

열차가 프라하에 도착하자 아침이었다. 중앙역을 빠져나오니 프라하에 사는 현지인 아주머니 한 분이 계속 따라오면서 숙박할 곳이 있느냐고, 자기 집에 민박을 하는데 어떠냐고 계속 물어왔다. 처음에는 호텔에 머무를 생각이어서 그냥 무시하다가 그녀가 내민 숙박 장소 사진을 보니 쾌적하고 괜찮아 보였다. 그녀는 나에게 어느 한국인의 소개글도 보여주었다. 여자 글씨체로 숙박 장소와 아주머니에 대한 칭찬이 쓰여져 있었다. 우리는 함께 숙박 사진을 살펴보고 그곳에서 묵기도 결정했다. 그 아주머니는 나한테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었다. 잘은 못해도 조금 한다고 했더니 무척 반겼다. 그 동안 영어하는 한국 사람을 못 만나서 대화하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나도 잘 하는 건 아니어서 민망했다. 역에서 그녀의 집까지는 걸어서 20분이 더 걸렸다. 길을 걷는 동안 그녀는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왔고 나는 내가 아는 정도로 대답을 해줬다. 대체로 숙박 관련 이야기와 한국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내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세 명의 어여쁜 숙녀들은 뒤에서 따라오기만 했다. 함께 끼어서 대화하면 좋았을텐데 낯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세 명의 숙녀들은 모두 20대 중반으로 착하고 조용했으며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세 명은 나이가 모두 달랐다. 자기네들 열차칸으로 옮겨줘서 고맙다며 식사까지 사줘서 너무 황송했다. 그렇게 우리 네 명은 그날 종일 함께 다녔다. 오후에 카펠교에 가서 다리를 건너 궁전까지 둘러보았다.카펠교는 야경이 너무 멋지다고 해서 우리는 다시 해가 질 무렵에 그곳을 찾았다. 카펠교는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밤이 내려앉자 정말 꿈 같은 낭만이 흘렀다. 거리의 악사들이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중년의 연인은 다리 한켠에 기대이 달콤한 키스를 나누었다.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대화하며 분위기를 즐겼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추억은 꿈결처럼 달콤했다. 그때 다리 위에서 꼭 다시 찾을 것이라 다짐했는데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다.

카펠교 다리 위에서. 밤낮 기온차가 너무 심해서 나는 셔츠를 하나 사서 입었다. 

아주 늦은 시각에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자려고 하는데 맏언니가 내 방으로 와서 의논할 게 있다고 했다. 뭐냐고 했더니, 혹시 나하고 일정이 맞으면 함께 움직일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일정을 서로 비교해보니 맞지가 않았다. 그녀들은 며칠 후 파리로 가야했고 나는 파리가 마지막 여행지여서 당장 다음날부터 가는 길이 너무 달랐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아침 일찍 헤어져야 할 판이었다. 그녀가 돌아간 후 잠시 후 나머지 두 명의 숙녀들이 내 방을 찾아왔다. 미리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아침 일찍 눈뜨자마자 숙소를 떠날 예정이어서 그녀들과 따로 인사할 시간이 없었다. 참 친절하고 예의가 있는 여자들이었다. 마침 함께 찍은 사진이 있어서 그녀들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모두 결혼해서 잘 살고 있겠지...?

여행을 마치고 두 번 정도 전화로 안부를 물었던 것 같다. 여행을 마치고 꼭 서울에서 얼굴 한번 보자고 했지만 제각기 일하느라 만날 시간은 만들지 못했다. 나는 그때의 좋은 추억을 가진 걸로 충분했다. 이 내용은 내 여행일기를 찾아가면 볼 수 있다.